"일이 즐겁다” 직업 시뮬레이션 게임 베스트 10
hris Farnell | PCWorld
많은 측면에서 PC 게임의 목적은 소원 성취다. 하고 싶은 일, 예컨대 외계인의 침입에 맞서 싸우거나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하거나 왕국을 건설하거나 대도가 되어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판타지의 양상도 바뀐다. 거대한 로봇에 올라타 도시를 초토화하면 어떤 기분일지가 아니라 다른 직업, 일도 즐겁고 벌이도 좋은 직업을 갖고 경력을 쌓아 나가면 어떤 기분일지가 더 궁금해진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들은 절묘한 플롯이나 박진감 넘치는 진행과는 거리가 멀고, 대부분은 사소한 작업을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어쩌면 실제 직업보다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른다. editor@itworld.co.kr
슬라임 랜처(Slime Rancher)
개발사: 모나미 파크(Monami Park)
슬라임 랜처에서는 말 그대로 슬라임 랜처, 즉 점액질의 생명체를 키우는 사람이 된다. 외계 행성에서 살면서 진공 총을 사용해 점액질을 빨아들여 펜 안에 넣어두고 그 점액질의 배설물을 수확해서 판매하고 그 돈으로 더 효과적으로 점액질을 펜으로 빨아들이고 배설물을 채취할 수 있는 도구를 구입한다. 가끔 종이 다른 점액질이 서로의 배설물을 먹어 새로운 잡종 점액질이 탄생하기도 한
다. 기묘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임이다.
엘리트 데인저러스(Elite Dangerous)
개발사: 프론티어 디벨롭먼트(Frontier Developments)
엘리트 데인저러스에서 광활한 우주와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해적이 되거나 현상금 사냥을 해도 되고 정치적인 음모를 꾸미거나 외계 물질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외계 우주선이 등장해 침입할 조짐을 보이면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주 트럭 기사에게는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든 관심 밖이다. 우주 정거장으로 가서 해조류를 구입한다. 달에 가서 해조류를 팔고 생체폐기물을 구입해 다시 우주 정거장으로 가져와 판매한다. 수익이 나면 더 큰 배를 사고, 해조류를 더 많이 구입한다. 원하는 사람은 스타 워즈를 즐기면 된다. 나는 잘 팔리는 해조류를 맡겠다.
파이어워치(Firewatch)
개발사: 캄포 산토(Campo Santo)
이 목록에 포함된 다른 대부분의 게임과 달리 파이어워치는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가 아니라 산불 감시원의 일상이다. 망루에 올라 서성대다가 긴 산책길을 따라 걷고, 멋진 풍경을 즐긴다. 사람도, 소셜 미디어도, 쏟아지는 속보도 없는 고독함을 느낀다. 워키토키 건너편에 있는 어떤 여자와 간혹 농담을 주고받을 뿐이다. 얼마 후 게임을 종료하고 구글에서 “산불 감시원이 되려면”을 검색하게 된다.
페이퍼, 플리즈(Papers, Please)
개발사: 3909
지금까지 본 게임에서 주인공은 모두 독립적으로 일을 한다. 그러나 기꺼이 얼굴 없는 거대한 관료 조직 내의 도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위해 페이퍼, 플리즈가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위대한 국가 아스토츠카의 이민 조사관이 된다. 해야 할 일은 아스토츠카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입국을 허용할지, 거부할지 또는 체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디스토피아적 국가의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생각 이상으로 중독성과 몰입감이 높은 게임이다.
파밍 시뮬레이터(Farming Simulator) 17
개발사: 자이언트 소프트웨어(Giants Software)
제목에 게임의 특성이 완벽하게 압축되어 있어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파밍 시뮬레이터 17은 농부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파밍 시뮬레이터 시리즈의 최신 버전이다. 농작물 성장과 고사, 비료 상태, 경작 일정을 입맛에 맞춰 설정할 수 있고, 최신 트랙터, 트럭, 콤바인 수확기가 극사실적으로 재현되어 있어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부의 일상을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2017년인 만큼 최신 버전에서는 농부 아바타를 여성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획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스타듀 밸리(Stardew Valley)
개발사: 컨선드에이프(ConcernedApe)
농사 시뮬레이션을 즐기고 싶지만 조금 더 단순한 것을 원한다면 스타듀 밸리가 있다. 이 게임은 만든 사람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게임 요소 하나하나에 구현된 세심함은 직업 시뮬레이터 중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게임플레이 역시 독특하다. 주된 구조는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적당히 게으름 피우며 노닥거리는 것이다.
물론 경영해야 할 농장이 있고, 탐색해야 할 지하 동굴도 있고, 마을을 망치려고 하는 사악한 대기업도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 시간은 여러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를 사귀고 마을의 처녀 총각에게 치근덕대고 함께 어울리는 데 보내게 된다.
유튜버스 라이프(Youtubers Life)
개발사: 유-플레이 온라인(U-Play Online)
콘텐츠, 트렌딩, 바이럴이라는 용어를 좋아하는가? 밀레니엄 세대와 통하는가? 그 외에 2009년에 등장한 여러 용어에 혹하는 사람이라면 제목(Youtubers)에서 아포스트로피 따위 생략한 게임, 유튜버스 라이프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타이쿤(Tycoon) 스타일의 게임으로, 부모님 집 침실에서 시작해 게임과 음악, 요리 채널로 유명해져 나중에는 대형 요트 파티를 열기까지의 진부한 유튜버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보람도 크다.
오웰(Orwell)
개발사: 오스모틱 스튜디오(Osmotic Studios)
“거대한 디스토피아의 말단”을 주제로 하는 또 다른 게임, 오웰에서 게이머는 프로파일러가 되어 사람들의 디지털 일상을 감시하며 범법 행위의 증거를 찾는다. 물론 곧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플롯이 꼬이기 시작하지만 기본적으로 오스모틱 스튜디오가 추구한 것은 페이스북 스토킹을 게임화하는 것이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휴먼 리소스 머신(Human Resource Machine)
개발사: 투모로우 코퍼레이션(Tomorrow Corporation)
귀엽고 소소한 게임으로 소규모의 사무실 근무자들에게 여러 가지 지시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휴먼 리소스 머신에서 현실의 사무실과 똑같은, 칙칙하고 영혼을 갉아먹는 곳에서 일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잡 시뮬레이터(Job Simulator)
개발사: 아울케미 랩스(Owlchemy Labs)
노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2050년이면 모든 인간 노동이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게임의 설정에 마음이 놓일지도 모르겠다. 요리부터 뇌 수술, 게임 제작까지 모든 직업은 정교한 AI가 맡아 수행하므로 사람은 그저 무료한 삶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잡 시뮬레이터는 이 가상의 미래에 등장하는 기계로, 과거 사람이 노동을 했던 경험을 정확히 가상 현실로 재현하여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설정이다. 이 VR 게임에서는 사장에게 스테이플러를 집어 던지고, 직원을 해고하고, 도넛을 먹을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직장도 이 세 가지 일이 모두 허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직장을 알아볼 것을 권한다.